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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드라마 리뷰 – 사랑인가 집착인가, 〈부부의 세계〉가 던진 치명적 질문

by 훈빵 2025. 5. 18.

부부의 세계

완벽했던 삶의 균열, 속에서 피어난 진실

2020방영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28%넘기며 한국 드라마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 강렬한 캐스팅과 함께, 치밀하고 냉정한 서사, 그리고 인간관계의 파열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연출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작품은 단순한 불륜 드라마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깃든 이기심과 배신, 그리고 감정을 둘러싼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특히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시점으로 펼쳐지는 서사는 무너진 일상 속에서 복수와 자아 회복이라는 여정을 탁월하게 보여주며, 감정적인 깊이와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지선우의 균열, 완벽했던 일상의 붕괴

부부의 세계〉지선우라는 여성이 가정과 커리어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던 중, 남편 이태오(박해준)외도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단순히 번의 외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아내와 친구들을 기만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선우는 남편뿐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던 세계 전체가 거짓이었다는 충격에 직면한다.

드라마는 파열을 아주 정교하게 묘사한다. 선우가 이태오의 외도를 눈치채는 장면, 친구들이 한통속이었음을 깨닫는 장면 등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동시에 관객은 지선우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며, 그녀의 고통과 분노, 배신감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김희애는 냉정과 광기, 분노와 절제를 오가는 섬세한 연기로 인물의 심리를 생생히 그려낸다.

이처럼 단계에서 보여주는 지선우의 무너짐은, 단순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닌, 자아를 잃어가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투영하며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복수의 시작, 감정의 늪에 빠지다

선우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복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다. 자녀와 커리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자, 배신 앞에서 스스로를 되찾기 위한 과정이다. 그녀는 치밀하게 이태오의 불륜을 파헤치고, 법적으로, 감정적으로 반격을 시작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과정을 영웅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선우 역시 점차 감정에 휘둘리며 이성을 잃어가고, 복수는 다른 파괴로 이어진다. 이태오와의 관계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사이에서 아들 준영은 점점 상처를 입는다.

부부의 세계〉이처럼 복수의 정당성과 부작용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느 선까지 있는가? 선우의 선택은 때로는 공감되고, 때로는 두려움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매우 복잡한 체험을 제공한다.


끝나지 않는 집착, 사랑과 파멸의 경계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드라마는 이태오의 재등장과 함께 다시 불안정한 관계의 균열을 조명한다. 그는 여전히 선우에 대한 미련과 소유욕을 버리지 못하며, 새로운 아내 다경(한소희)과의 관계 또한 파국으로 치닫는다. 과정에서 다경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집착으로 물들어가고, 인물 모두가 고통의 늪에 빠져든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쉽게 증오로 바뀔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부부의 세계〉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룬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모든 감정은 ‘나는 피해자였다’자기 합리화로 포장된다.

결국 드라마는 선우가 준영과 함께 떠나는 결말로 마무리되지만, 끝은 결코 해피엔딩이라 없다. 상처는 남았고,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우가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청자 역시 여정을 따라가며,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총평 – 사랑의 민낯, 그리고 자아의 회복

부부의 세계〉단순히 ‘불륜 드라마’라는 수식어로는 담을 없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사랑과 배신, 자아와 감정, 복수와 용서 인간 삶의 복합적인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다룬다. 김희애는 압도적인 연기로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구현해냈고, 박해준과 한소희 역시 입체적인 악역으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시청자들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미워하지 못한다.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모두 납득 가능한 현실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부부의 세계〉진짜 힘이다. 드라마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감정의 복잡성과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게 만든다.

결국 〈부부의 세계〉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그림자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림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랑은 회복이 수도, 파멸이 수도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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