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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영화 리뷰》 혹성탈출 3: 종의 전쟁 – 시저의 최후, 유인원의 시작! 소개, 줄거리, 총평

by 훈빵 2025. 5. 27.

혹성탈출 3

 

소개 – 유인원의 운명을 건 마지막 싸움

 

《혹성탈출: 종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은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시저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영화이다. 전작 《반격의 서막》에서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번졌고, 본작에서는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유인원의 생존과 시저의 내면적 투쟁이 절정에 이른다.

감독 맷 리브스는 이번에도 깊은 인간적 통찰과 무게감 있는 서사를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한 SF 액션이 아니라, 고전 서사극처럼 비극적이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특히 시저는 단순한 리더를 넘어, 운명을 짊어진 존재로서 고뇌하고 분투하며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본 작품은 유인원의 탄생 신화를 완성짓는 동시에, 인간성과 복수, 용서와 희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인원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혹성탈출 3》의 진정한 중심이다.


시저의 복수 – 고뇌와 분노 사이에서

시저는 여전히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코바의 반란 이후, 인간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고,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 외에는 길이 없다. 게다가 시저의 가족마저 인간 군인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복수’라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시저의 변화에 집중한다. 그는 더 이상 이상적인 지도자만은 아니다. 그는 고통받고, 분노하며, 흔들린다.

이러한 시저의 감정선은 영화의 서사를 깊이 있게 만든다. 특히 자신이 증오했던 코바와 닮아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해 갈등하는 장면들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맞닿아 있다. 시저는 결국 복수심을 넘어 공동체의 생존과 미래를 택하지만, 그 선택의 과정은 매우 처절하고 아프다.

영화 후반부, 시저는 유인원들을 구출하고, 자유의 땅으로 이끌며 마지막 여정을 완수한다. 그러나 그는 치명상을 입고, 모두가 도달한 ‘약속의 땅’에서 홀로 눈을 감는다. 그의 죽음은 한 인물의 끝이자,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우디 해럴슨과 인간의 몰락 – 선악의 경계를 허무는 적

이번 작품에서 인간 군의 지휘관, 일명 '대령'(우디 해럴슨 분)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이 점차 언어 능력을 잃고 퇴화하는 현실 속에서, ‘인류의 최후의 방어선’을 자처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도 바이러스에 걸리자 직접 죽이는 비정함을 보이며, 인간성보다는 생존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다.

우디 해럴슨의 대령은 시저와 대척점에 서 있지만, 그 역시 인간적인 고뇌를 지닌 존재다. 그의 독선과 냉혹함은 한편으로는 몰락하는 문명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점점 퇴화하고, 유인원이 진화하는 세계. 그 불가항력적인 변화 앞에서 그는 전쟁을 일으켜 저항하지만,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대령의 몰락이 인간 문명의 종말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그의 기지는 감옥이자 사형장처럼 묘사되며, 시저가 인간 사회의 억압에서 유인원을 해방시키는 장면은 자유와 해방이라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의 정점을 이룬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시저는 무기를 거의 들지 않고도 그 ‘전쟁’을 끝낸다.


종의 진화 –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바통을 넘기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유인원이 인간 문명을 대체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그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보다는 희망과 진화에 방점을 둔다. 유인원들은 점차 언어를 터득하고, 가족과 공동체, 규칙을 세우며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저가 있다.

시저의 리더십은 힘이 아니라 존중과 희생에 기반한다. 그는 복수보다 용서를, 지배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선택한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그의 철학은 유인원 사회에 깊이 새겨진다. 이는 인간 문명이 남긴 유일한 유산, 즉 이상주의와 희생정신이 유인원에게 계승되었음을 의미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무사히 약속의 땅에 도달한 유인원들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언어를 배우고 있는 ‘노바’라는 인간 소녀의 존재도 중요한 상징이다.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하는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인간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명의 자격은 누가 갖는가? 인간이라는 종인가, 아니면 인간성이라는 가치인가?


총평 – 비극과 희망 사이, 시저라는 신화의 완성

《혹성탈출 3: 종의 전쟁》은 시저의 마지막 여정이자, 유인원 문명의 시작을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걸작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시각적 쾌감과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스토리로 관객의 마음을 강하게 붙잡는다. 특히 시저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리더를 넘어 신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관객의 가슴 깊이 새겨진다.

감독 맷 리브스는 전쟁과 복수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과 문명, 진화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간과 유인원 모두 선과 악, 희생과 이기심을 함께 지닌 존재임을 보여주며, 우리는 더 이상 종(species)의 우위만으로 문명을 정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은 단순한 SF 시리즈가 아니라, 시대의 불안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담은 현대의 신화이다. 그 중심에 시저가 있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가치는 남았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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